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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역사에서 교훈 찾기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서 조선 500년 역사를 다룬 특집 기사를 보았다. 이를 보면서 태조 이성계부터 마지막 순종까지 519년 27명의 왕의 업적과 허물을 생각해보았다.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백성을 지극히 사랑하여 조선 최고의 명군이 된 세종대왕 같은 훌륭한 임금이 있었는가 하면 방탕과 실정으로 나라를 어지럽힌 연산군같은 희대의 폭군도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선비와 백성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500년 사직을 지키지 못하고 일제의 식민지로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다. 이후 일제 36년간의 후유증은 일일이 지적하지 않아도 될 만큼 크고, 친일이냐 반일이냐, 극일이냐의 문제는 지금도 나라의 화두가 될 정도가 되었다. 유대인의 역사도 수많은 박해와 고난의 역사였다는 점에서 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서도 철저히 교훈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유대인들은 아브라함부터 4000년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수억의 세계 사람들이 읽고 있는 모세 오경을 비롯한 구약성경은 사실상 유대인의 역사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로마 제국 이후 2000년 동안 흩어져 살았지만 자신의 역사를 잊지 않고 보전하며 살았고 지금도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는 쉬지 않고 기도하며 하나님을 찾는다. 유대인은 지금도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인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콜럼버스, 스피노자,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키신저, 머독 등이 모두 유대인이며 미국 기업 중에도 록펠러, 듀퐁, GE, IBM, 보잉, 제록스,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모두 유대인들이 일군 기업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지나간 역사를 얼마나 잘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우리 한민족도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고 희망과 평화통일의 빛나는 미래를 열어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조셉 리·스넬빌 거주 독자

2021-10-12

[살며 배우며] 내게 맞는 다이어트

“나 프로틴 다이어트 하고 있어요!” 예쁘고 날씬한 젊은 가수 아이유씨가 무대에서 예쁜 몸매를 보인다. 내 주위에도 다이어트 하는 분들이 많다: 단백질 많이 먹어 건강엔 문제 없다는 분, 프로틴 가루를 아침으로 먹으니 하루 종일 배고픈 줄 모르겠다는 분, 아침 안 먹고 브런치와 저녁식사 하루 두 번만 식사하는 분, 금요일은 금식 하는 분, 나처럼 삼시세끼 먹되 음식 양을 줄여 소식하려는 사람들, 늙어 가면서 건강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맞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배고픈 시절을 겪으며 영양결핍으로 병을 앓으며 살아온 우리세대는, 세상이 바뀌어 먹거리가 풍부한 지금은 많이 먹고 편식해서 병든 사람이 많다. 배고픈 시절 폭식하던 버릇, 간식의 특권, 행사와 친목을 위한 음식문화, 일 끝나고 한잔 하는 피로회복과 친목의 습관이 우리의 비만에 영향을 끼친다. 단백질 다이어트가 뭔가 인터넷에 찾아보았다. 당뇨병환자들에게 단백질 많은 아침식사를 시켰더니 혈당과 혈압을 떨어트렸고 배고픔을 느끼지 않았다는 임상 실험 보고가 있다. 단백질 다이어트를 하니, 탄수화물에서 얻던 에너지를 단백질과 체지방에서 얻게 되어 비만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닭 가슴살이 단백질 다이어트에서 인기 있다. 닭 가슴살 샐러드는 단백질도 충분하고 야채샐러드에서 몸에 필요한 비타민이 보충된다. 고구마도 단백질 다이어트에서 인기 있다. 칼로리가 낮고 식이 섬유가 많기 때문이다. 바나나도 근력운동에 에너지를 주고 면역력을 높여 주기 때문에 인기 있다. 단백질 음식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 분리시간이 걸리지만, 아미노산 제품은 흡수시간이 빨라 아미노산 제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간헐적 다이어트가 뭔가 살펴보니, 1주일에 2일 24시간 단식을 하거나, 음식 먹는 시간 사이를 8시간 사이로 좁혀서 하루 24시간 중에 공복의 시간을 16시간으로 늘리는 방법도 있다. 간헐적 다이어트는 금식하는 시간이 길어서 금식하는 동안의 에너지원이 먹은 음식에서가 아니라, 쌓였던 체지방이 되도록 하여 비만을 줄이는 방법이다. . 인슐린이 분비되면 체지방 연소가 안 되는데, 공복 시간을 늘려 인슐린 분비를 막음으로 해서, 체지방을 에너지 자원으로 쓴다고 한다. 무슨 다이어트를 하든지 단 것을 먹거나, 간식, 야식을 하면 효과가 없는데, 실험 중에 자신도 모르게 간식들을 먹는 버릇이 다이어트 시도를 실패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적게 먹는 연습” 이라는 글에서 발표했듯이, 나는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고, 간식도 먹는다. 매 끼니마다 음식 량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어떤 방식의 다이어트를 하든,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분이 빠지면 안 된다. 미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배우는 중학교 생물 교과서(Life Science, Scott, Foresman)에 있는 '필수 영양분의 종류'를 다음 같이 요약한다. 1. 단백질은 몸의 성장과 상처 치유에 필요하고 탄수화물이 부족 할 때 에너지 자원으로 쓰인다. 먹은 단백질이 분해되어 기초 아미노산이 되고 그들이 다르게 조합되어 우리 몸의 단백질이 된다. 아미노산 20가지 중에 몸에서 구성하는 것은 12이고, 8가지는 음식을 통해서 얻기에 단백질 음식을 먹어야 한다. 2. 탄수화물은 몸의 에너지를 공급한다. 음식의 반 이상이 탄수화물이고, 단순 설탕이 모여 녹말을 만든다. 설탕에서 얻는 에너지로 몸의 열을 유지하고, 몸의 기능과 신체적인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3. 지방질은 에너지를 주고 세포막의 원료가 된다. 지방질음식을 먹어서 지방이 몸에 저장도 되지만, 음식을 필요이상 많이 먹으면 체지방으로 변해 피부 밑에 저장되어 비만이 된다. 4. 비타민은 종류도 많아 제각기 우리 몸 구석구석의 화학적인 활동을 돕는다. 몸의 성장, 먹은 음식을 에너지로 바꿀 때, 혈액 응고에, 그리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 때 화학적인 활동에 비타민이 필요하다. 5. 미네랄은, 우리 뼈와 치아를 만드는 칼슘과 인, 붉은 피 톨 속의 철, 효소들을 활성화하는 망가네스, 음식이 열로 변하는 속도 조절하는 아이다인, 우리 입맛과 냄새를 돕는 징크, 혈압을 조정하고 신경 신호전달을 하는 소금 등이다. 6. 물은 우리 몸의 50-70 퍼센트를 차지하는 중요 영양분이다. 더울 때 땀이 되어 몸의 열을 조정하고, 피가 되어 영양분과 산소를 몸의 각 부분에 공급하고 쓰레기를 몸 밖으로 운반한다. 음식물을 잘게 분해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음식을 먹지 않고는 몇 주 살아도 물 없이는 며칠밖에 못산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2021-10-07

[시론] 다람쥐 쳇바퀴 같은 예산 전쟁

미국 정부 재정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일시적 업무정지 사태(shutdown)와 국가 채무불이행(부도) 때문이다. 셧다운이란 말그대로 연방정부의 업무가 중단됨을 의미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관련된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셧다운 진행일부터 모두 중단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멕시코 장벽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무려 35일 간 연방 정부 업무가 정지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도 오바마 케어 예산안 처리 실패로 인해 셧다운(2013년 10월 1일 ~ 16일)된 바 있다. 수십만 공무원들이 무급 휴가에 들어갈 뻔한, 지난 1976년 이후 21번째 셧다운은 가까스로 면했다. 연방의회는 지난달 30일 정부 폐쇄 시한을 눈앞에 두고 2개월짜리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12월3일까지 ‘예산전쟁’은 계속되겠지만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 이번엔 부채한도(debt ceiling)가 발등에 불이다. 여전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연방의회가 정한 채무 한도는 28조4000억 달러. 한도는 이미 찼다. 따라서 오는 18일부터는 더 이상 채권을 발행할 수도 없다. 기존 채권에 대한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미국 초유의 ‘국가 부도(default)’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둘러싼 연방의회 내 갈등은 아직까지 해결될 기미가 없다. 부채한도 상향 법안과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아젠다인 인프라 및 사회복지 예산안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3조5,000억달러 예산의 규모가 너무 크다며 반대하고 있는데다 민주당내 진보성향 의원들조차 사회복지 예산안과 분리해 처리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래저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올해 7월 말까지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선 설정을 유보하기로 지난해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후속 입법에 실패, 지난 8월부터 비상수단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그 마저도 이달 18일이면 고갈된다. 이에 하원은 지난달 말 부채 한도 설정을 내년 12월 16일까지 유보하는 법안을 처리했지만, 공화당의 저지로 상원에서 두 차례 부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 한도 상향은 오래된 빚을 갚기 위한 것"이라며 공화당의 동참을 촉구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부채 한도 상한법을 처리하려면 예산조정 절차를 쓰면 된다고 반박했다. 예산조정 절차는 상원의원 51명만 찬성하면 가능하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반분한 상황이다. 찬반 동률시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 일은 간단하다. 민주당은 그러나 인프라 및 사회복지 법안에 이 절차를 쓰고 싶어 한다. 따라서 부채 법안 통과에 공화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바이든이 공화당을 향해 러시안룰렛을 중단하고 "투표해서 이 혼란을 끝내자"고 거듭 강조하는 속내다. 만에 하나 채무불이행 사태가 닥치면 미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경제 활동이 약 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6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실업률이 9%에 육박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부도를 막기 위해 부채 한도를 여러 차례 올린 적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엔 공화당이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 부채 한도를 올렸다. 민주당은 이번에는 공화당이 부채 한도의 상향 조정에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백악관과 민주당은 국가부채 한도 올리기는 초당적인 이슈이므로 다른 사안과 연계해 가로 막아 불필요한 경제불안을 부채질하지 말라며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국가부채 한도를 올리려면 그만큼 적자를 감축하기위해 정부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서로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며, 상대방이 마지막 순간 물러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치킨 게임’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분명한 것은 미국 경제에 유성이 충돌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여야는 지금까지 국가부채한도 상향을 놓고 격한 대립을 벌이다가 충돌직전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지켜보는 관중들의 마음은 찹찹하다. 오징어 게임을 지켜보는 VIP들과 같은 여유가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후유증으로 경제는 계속 흔들리고 있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2021-10-07

[열린 광장] 캘리포니아주의 비싼 집값, 그리고 조지아

최근 LA등에서 애틀랜타로 이주해오는 한인들이 많다. 애틀랜타 이주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한인들이 캘리포니아주의 비싼 집값을 이유로 들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집을 팔아 애틀랜타에 오면 집을 사고도 돈이 남아 비즈니스 하나를 열 수 있다는 소리가 20여년전부터 들려왔다. 그렇다면 땅도 넓은 캘리포니아주의 집값은 왜 이렇게 비쌀까. 재미있게도 이 문제는 몇십년전 인종차별 문제에서 유래한다. UCSF 베니오프 노숙자 및 주택 연구소(Benioff Homelessness and Housing Initiative)의 네드 레스니코프(Ned Resnikoff) 연구원은 캘리포니아주 주택부족 현상의 원인이 인종차별적 조닝법(zoning laws)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캘리포니아주 주택 가격이 올라가고 거주비가 상승하는 이유는 몇십년 전부터 백인들이 자신들의 거주지에 다른 인종을 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조닝 제한규정, 특별구역 지정, 그리고 1950년대 제정된 캘리포니아 주헌법은 주내 저소득층 주택 건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버클리의 비영리단체 임비(Yimby, Yes in my backyard)의 매튜 루이스(Matthew Lewis)는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LA시는1972부터 ‘도심 내의 교외’ (suburbia within the city atmosphere) 정책을 시행하면서, 다세대 주택을 건축을 제한하는 ‘거주구역 줄이기’ (downzoning) 방침을 시행했다. 그 결과 한때 1000만명 거주구역이었던 LA 인구는 41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루리스는 “LA시가 합법적으로 시내 주택 숫자를 반토막냈다”고 지적했다. 이는 샌프란시스코도 마찬가지다. 루이스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1970년 발행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Environmental Impact Report)에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거주비 및 주택 수급상황을 고려해 특정 유형의 가구를 몰아내야 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다세대, 집단 거주지를 줄이고 단독주택만 혜택을 주는 정책의 결과는 실질적인 인종 분리 현상이다. UC버클리의Othering and Belonging Institute의 사미르 갬비(Samir Gambhir) 연구원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베이의 거주지역 82%는 단독 가구 주택 지역으로 제한돼 있다고 이 연구소는 밝혔다. 이 지역 거주자의 55%는 백인이다. 이는 저소득층 지역 백인 거주민 36%에 비해 비교되는 수치다. 게다가, 캘리포니아주는 1978년 13번 제안 (Prop 13)을 통해 기존 건물에 대한 재산세를 동결해버렸다. 그러나 신규 주택은 시장에 나올 때마다 현행 세율이 적용된 세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과거부터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낮은 재산세로 이득을 보지만, 신규 주택이나 다세대 주택을 신축하는 사람은 비싼 재산세를 내게 되고 집값도 오르는 것이다. 그 결과는 도심과 그 인근 저소득층 주거단지나 노인아파트 건축이 줄어들고,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고 있는 것이다. LA지역 한인 노인들이 노인아파트 입주를 위해 몇 년씩 대기해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캘리포니아주 정치권도 주택난 해소를 위해 손을 걷어붙였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지난 8월 26일 새로운 건축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기존 단독주택만 허가된 구역에 다세대 주택 건축을 허가했으며, 토지 주인이 토지를 두개로 분할해 새로운 주택을 건축할수 있는 길을 열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9월 16일 이 법에 서명했다. 한인들은 인종평등 문제가 흑인과 백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이 문제는 사실 우리의 생활 및 집값과도 연관이 있다. 애틀랜타 한인들도 이제 정치권의 인종차별 및 사법정의 문제에 대해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종원 / 변호사

2021-10-05

[열린 광장] 총기소지와 가정폭력의 상관관계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조지아주에서는 총기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이중에는 가정폭력 사건도 많다.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가정폭력 총기사건에는 예외가 아니다. 2019년에는 둘루스에서 이혼 소송중인 한인 남성이 아내를 총으로 쏜 후 극단적 선택을 했고, 2012년에는 로렌스빌에서 한인 아내가 남편을 총격살해한 후 체포됐다. 이 여성의 재판은 9년이 지난 지금 계속되고 있다. 기퍼즈 법률센터(Giffords Law Center)에 따르면 미국내 450만명의 여성이 남편에게 총기로 협박을 당하고 있다. 또 여성 100만명이 가정폭력 과정에서 총에 맞고 있으며, 최소 600여명은 이 같은 상황에서 총상으로 인해 사망한다. 총기폭력 기록보관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총기 판매와 가정폭력은 20% 증가했다. 또 2020년 한해동안 가정폭력으로 인한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은 2000여명 이상이다. 이는 2019년에 비해 4%가 증가한 숫자다. 기퍼즈 법률센터의 커뮤니티 폭력 연구부 매니저인 티파니 가너(Tiffany Garner)는 “가정폭력은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가깝게 지내는 파트너 사이에서 발생한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는 모든 인종, 출신국가, 교육수준, 경제적 수준에 상관없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깝게 지내는 파트너가 손쉽게 총기까지 소지하게 되면 대단히 위험하다”며 “두가지 문제는 공공보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을 법정에 가져가더라도, 가정폭력범이 기소를 피할 수 있는 헛점과 구멍은 여전히 많다. 대다수의 가정폭력은 민사소송으로 처리되지만 법정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하지 않거나, 가정폭력범이 경찰 신고와 법적 조치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쓰기 때문이다. 그는 “피해자는 법정에 가서 가정폭력범에게 즉각적 상해를 입을 수 있음을 최소한 증명해야 한다”며 “사진이나 비디오가 있으면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정신적 충격이나 학대는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정폭력범은 조지아주 법에 따라 폭력에서 가중폭력까지 다양한 범위의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 그러나 법률지원부(Bureau of Justice Assistance)에 따르면 가정폭력 사건의 90-95%는 형량협상으로 끝난다. 연방법 차원에서는 경범죄 또는 가정폭력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총기구입 및 소지에 제약을 받는다. 전국 범죄경력조회 시스템(National Instant Criminal Background Check System)은 지금까지 총기구입이 금지된 사람이 신청한 신원조회 200만건을 적발했다. 기퍼즈 법률센터의 사무총장인 로레 커틸레타(Laura Cutilletta)는 “안타깝게도 범죄경력 조회는 허가받은 총기상에서 총기를 구입할 때만 실시된다”며 “총기 전시장이나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개인간 총기거래는 범죄경력 조회가 필요없다”고 말했다. 현재 연방의회에 전국 범죄경력조회법안(Universal Background Check bill, HR8)이 제출됐으나 연방상원에서 여전히 계류중이다. 전국총기연합(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과 총기 애호가들이 이 법안 저지를 위해 강력하게 로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지아주는 미국내에서도 가장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곳이다. 이제 한인들도 정치권의 총기 정책에 관심을 갖고, 총기소지 제한, 아니면 최소한 가정폭력범에 대한 총기소지 금지를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

2021-10-05

[살며 생각하며] 걷기예찬

“현대인은 자동차를 보자 첫눈에 반해 그것과 결혼을 했다. 그래서 전원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키이츠의 말이다. 미국에서 살려면 자동차는 필수품이다. 그런데 나는 차가 없다. 차가 없다는 것은 현대생활에서 치명적인 한계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차가 없으니 두 발로 걸을 수밖에. 다행히 나에게는 아직 건강한 두 다리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량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웬만한 거리는 걷는다. 걷기는 좀 불편하지만, 나에게 삶의 활력과 사색의 조건이 되었다. 그렇게 걸으면서 사유하게 되자 삶의 의미가 더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길 위에 서서 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다비드 르 브르통의 산문집에서 나의 그런 작은 깨달음의 단편들을 포함해 걷기에 대한 예찬을 펼칠 수 있는 많은 사상적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라는 말을 통해서 브르통은 걸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의 걷기 예찬에 따르면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하게 경험한다는 것이다.” 도보 여행은 인생의 맛을 충만하게 느끼는 경험이 된다. 걷기에 있어서는 오직 시간만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것은 시간의 고고학이며, 따라서 이 시간 속에 녹아 있는 모든 인생의 참 맛을 느끼고 음미할 수 있는 절대적인 경험이 된다고 브르통은 말한다. 정말 그렇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인생이 주는 맛을 모두 비껴간 채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어떤 욕망이 담긴 목적을 따라서 시간의 암흑 속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인생이라고 느끼고 있는 모든 일상의 분주함은 우리의 본질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허구인지도 모른다. 일상을 떠나서 걷게 될 때, 그래서 시간의 고고학 속으로 빠져들 때 우리는 비로소 고대로부터 늘 거기에 그렇게 있었던 인생의 참된 의미와 맛들을 체험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브르통은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도보여행자는 이름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며 “만인에게 주어진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걷기는 그 어떤 감각도 소홀히 하지 않는 모든 감각의 경험이다. 심지어 계절에 따라 열리는 산딸기 머루 오디 개암 열매 호두 밤의 맛을 아는 사람에게는 미각 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는 전신 감각의 경험이다. 인간의 걷기는 매우 역동적이다. 역학적이다. 습관적으로 걷다보니 의식을 못할 뿐이다. 전신운동이기도 하다. 걷고 있는 동안에 발에 있는 뼈와 근육, 인대, 힘줄 등의 움직임부터 목 주위의 근육과 조직까지 같이 움직인다. 우리 몸 구석구석 서로 긴밀한 협동작용을 통해 우리 몸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걷기는 인간에게 주어진 참으로 귀한 선물이다. 사실 몸을 이용한 운동 중에서 가징 기본이 되는 것이 걷기다. 보행이란 얼마나 자유스럽고 주체적인 동작인가. 보행은 어디에도 의존함이 없이 오직 내 힘으로만 가는 길이다. 흥이 나면 휘파람도 불 수 있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잠시 멈추어 설 수도 있다. 걸어온 길, 그리고 강을 돌아볼 수도 있고, 또 내가 넘어야 할 산을 헤아려 볼 수 있어 좋다. 차가 없으니 불편한 점도 많지만, 또한 놓치기 쉬운 삶의 또 다른 면도 볼 수 있어 좋다. 길 위에 서서 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시골길을 한나절 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걷기는 고독한 행위다. 그 고독은 아무 쓸모없고 보상도 없다. 걷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발바닥은 열기로 화끈거리고 종아리의 근육은 뭉치고 관절은 쉽게 피로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걷고 난 뒤 피로 속에서도 알 수 없는 몸의 아늑한 느낌과 충만감, 관능적인 기쁨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걷는 자는 세계를 제 관능 속에서 향유하는 자다. 걷기의 진정한 기쁨을 느끼려면 혼자 걸어야 한다. 혼자 걸으며 세계의 침묵을 음미해보아야 한다. 대기의 가야금을 울리는 바람과 그 소리에 화답하는 풀과 나뭇잎들의 서걱거리는 소리. 혼자 걸을 때 자연은 우리에게 말하기보다 듣기의 자질을 더 키우게 한다. 뿌리가 없는 두 발은 걸으라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걷을 수 있는 타고난 능력 대신 자동차를 소비할 능력을 키우라고 강요받는다. 운송수단의 발전으로 인간이 걷던 길은 도로로, 걸음걸음이 만들어내던 자기 속도는 바퀴의 비인간적인 속도로 대체되었다. 이동하는 데 시간이 단축된 것만큼 빠른 속도에 생활리듬이 강제적으로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걷기는 그런 식의 삶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청량한 가을이다. 대기를 호흡하며 걷자. 숨을 가다듬으며 오직 걸음걸이에만 집중해보자. 마음 내키는 대로 멈추고, 생각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가보자. 낯선 사람, 집들, 골목길을 발견하고 불어오는 바람, 들려오는 소리들을 감각하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해보자.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나는 오늘도 걸어가고 있다. 곧 끝이 보이리라. 나는 어디가 끝이든 상관하지 않고 걷고 있다. 걷는 속도는 같다. 빠르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쉬는 법은 없다. 곧 끝이 보일 때가 됐지만, 나는 그 끝을 모른다. 걸음이 멈추고 더 갈 데가 없으면 끝일 것이다. 나는 끝 모르는 길을 걸어가면서 주위에 펼쳐진 색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며 갈 것이다. 나는 오늘도 걷고 또 내일도 걸어갈 것이다. 김건흡 / MDC시니어센터 회원

2021-10-04

[열린 광장] 한강 고수부지와 차타후치 강

애틀랜타 한인타운에 가까운 로즈웰 시에는 차타후치 강 고수부지가 있다. 강을 따라 조성된 공원에는 산책로, 놀이터와 모임장소, 그리고 카누, 카약 등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설치돼 있다. 애틀랜타의 명물이 된 이곳에는 주말이 되면 피크닉과 카누, 카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마치 한국의 한강 고수부지를 축소해서 애틀랜타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다. 둘루스와 존스크릭, 노크로스에도 차타후치강이 지나고 있다. 그러나 로즈웰과는 달리 차타후치 강변은 개인 소유 서브디비전이 차지하거나, 연방정부 소속 땅으로 남아있다. 라즈웰 같은 강변 주민 위락시설은 없다. 노크로스 존스브리지 공원에 작은 공원이 조성되거나, 둘루스에 사설 튜빙 시설이 있는 것이 전부다. 울창한 숲과 잘 꾸며진 산책로, 공원을 자랑하는 메트로 애틀랜타지만, 유독 차타후치강 주변만큼은 개발되지 않은 채 흙투성이 맨땅으로 남아있다. 한강 고수부지에 익숙한 한인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한인들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모르겠지만, 서울의 한강 고수부지는 강 주변 조경사업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board of supervisor)의 로스엔젤레스 강 재개발 계획(Los Angeles River Master Plan)이 그 좋은 예이다. LA카운티 수퍼바이저 보드가 펴낸 480페이지의 재개발 마스터플랜은 LA강 51마일 구간중, 콘크리트 산책로 32마일을 녹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LA강을 포함한 하천 복구 계획에 5400만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Loyola Marymount University) LA연구센터(Center for the Study of Los Angeles), UCLA 환경서사전략연구소, 에스닉미디어서비스(Ethnic Media Services)가 한인 등 LA주민 6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민 64%는 “LA강 주변이 서울, 마드리드, 샌안토니오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시설이 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누리 마르티네즈(Nury Martinez) LA시의원실 계획국장인 맥스 포뎀스키(Max Podemski)는 “이번 마스터플랜은 LA강을 통해 다양한 지역이 하나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 고수부지의 자연보호구역이 저소득층 및 유색인종 거주구역에만 집중됐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비영리단체 어번 세밀라스(Urban Semillas)의 미구엘 루나(Miguel Luna) 회장은 “강 주변에서 자란 우리 가족에게 있어 LA강은 주일 교회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강 주변에서 자라면서 강과 많은 것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맺었다”면서 “이번 마스터플랜은 주민들과 중요한 인연을 만들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UCLA 발전연구, 환경향상 러스킨 센터(UCLA Luskin Center, Innovation & Institute, Environment & Sustainability)의 존 크리스텐슨(Jon Christensen)이 사회를 맡았다. 또한 게리 파트너스(Ghery Partners)의 건축가 텐쇼 타케모리 (Tensho Takemori), 자연자원보호위원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의 선임 변호사 다몬 나가미(Damon Nagami) 등이 참가했다. 페르난데노 타바비암 밴드 오브 미션 인디안(Fernandeno Tataviam Band of Mission Indians)의 부족 대표 루티 오르테가 주니어(Rudy Ortega, Jr)는 강에 헌정하는 노래를 불렀다. 이종원 / 변호사

2021-10-01

[살며 배우며]저승 사자와 전능 자

1954년 린덴 파리 약을 실수로 삼키고 죽음의 문턱에서 오락 가락 할 때 저승사자를 보았다.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저승사자, 등에 진 괴나리봇짐에는 여분의 미투리가 한 켜래 보였다. 나를 데리고 멀고 먼 저승길을 갈 준비였다. 저승 사자는 갓 그늘 밑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저승 사자는 그렇게 좀 멀리 보이다 좀 가까이 보였다. 나는 느꼈다. 저승 사자가 나를 저승으로 데려 갈까 말까 하고 망설이고 있다고. 난리 후 산골에서 서울 와서 낮에는 시청의 소독수로 일 할 때, 트럭 위의 드럼통에서 린덴 파리 약을 땅 바닥에 있는 분무기에 넣으려고 드럼 통속과 연결된 땅에 있는 호스 끝자락에 입을 대고 빨았다. 호스를 타고 내려온 파리 약이 실수로 울컥 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세상이 빙빙 돌고, 정신 차릴 수가 없었다. 비틀거리며 집에 갔다. 먹은 음식을 토했다. 누워있는 나의 의식이 깜빡일 때 저승 사자가 보였다. 나의 저승사자의 이미지는 충청도 산골에서 보낸 유년기의 경험에서 생겼다. 귀신 우는 소리를 들으려 상여 초막에 간 적도 있다. 밭두렁에 가마니 위의 행려병자 송장의 원귀가 비 오는 밤이면 통곡한다는 소리. 비 오는 밤에 초등학교 변소를 지나올 때 똥통에 빠져 죽은 여자애의 우는 소리에, 찬송가를 불렀더니 우는 소리가 사라졌다는 소문, 귀신이 덤빌 때 십자가를 내밀면 귀신은 도망 간다고 했다. 선생님의 귀신 이야기에 괴성을 지르던 여자애들, 묏자리를 잘 써 죽어서 명계의 왕이 된 이야기, 제삿밥을 못 얻어 먹어 허기진 원귀의 이야기, 삼대 독자가 죽을병에 걸렸는데, 지관이 조상의 묏자리가 잘못되었다고 무덤을 파보니 뱀이 해골을 감고 있더라는 이야기, 옆집 처녀를 연모하다 죽은 총각의 상여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아 그 처녀의 옷을 상여 위에 걸었더니 상여가 땅에서 떨어져 갔다는 이야기, 누구나 죽을 때는 저승 사자가 데리러 온다는 이야기. 송장 떠내려간다고 소리치는 애들 따라 홍수로 물이 불은 강둑에서 본 여자 시체, 풀어 헤쳐진 검은 머리가 얼굴을 덮은 걸 보고 처녀라고 했다. 남자를 못 안아본 원한이 죽어서도 남자 안을 때의 자세로 하늘을 향해서 가슴을 열고 팔을 벌렸다고, 쯧쯧 남자를 못 안아 보고 가는 처녀원한이 얼마나 크길래! 그렇게 한숨짓는 여인네도 있었다. 혼자 집을 지키는 밤, 문고리가 딸그락거리는 소리, 천장에 빠스락 거리는 소리, 아무도 없는데 마루가 삐거덕거리는 소리, 바람도 없는데 호롱불꽃이 흔들릴 때, 귀신이 지나가고 오는 흔적이 아닐까 오싹할 때가 있었다. 가을비 추적한 으스름에 멀리서 들리는 징 징 울리는 징 소리 속에 아기를 두고 떠난 애기엄마 원귀의 신음소리가 섞여 화음이 되었다. 마당 저쪽 떨어진 뒷간엔 똥간 귀신, 밤중에 가기가 무서워 누군가 문을 열고 지켜 주어야 했다. 미국에 와서 50년 넘게 살며 장례식에서 죽은 사람 얼굴도 보고, 죽어 영혼이 어두운 굴을 지나 밝은 세상에 도착했다 돌아온 임사체험 수기도 읽고, 죽음 후에 가는 하늘나라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고등학생 때 죽음의 문턱에서 본 저승사자는 내가 어려서 경험한 한국 산골의 귀신문화의 경험이 만든 지나간 것이고, 지금은 새 경험들이 새 이미지를 만들 것이다. “사람 속에 만들어진 이미지는 그것이 초인이든 신이든 현실과 사실 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인민 사원의 짐 존스 목사가 한 말이다. 캘리포니아에서 1960 년데 짐 존스 목사는 전능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기적들을 연출했다. 그 중에 하나, 군중 속에서 들린 탕 총소리, 가슴에 흐르는 피를 안고 쓰러진 그는 범인을 잡으려는 술렁이는 주위 사람들을 조용하게 하고, 가슴에서 뺀 총알을 보여주고, 총알 박혔던 가슴 상처가 멀쩡하게 치유되었다고 보여주었다. 수많은 군중들은 총에 맞아도 죽지 않은 그의 초능력을 직접 본 경험을 증언했다. 그의 이미지는 하나님 가까이 높아지면서, 진실과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그들은 타락된 미국을 떠나 가이아나 밀림 속에 저들만의 지상천국 존스타운을 만들어 이주했다. 그를 따라갔던 추종자 900명은 1978년 집단 자살로 끝을 맺었다. 그 사건은 미국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집단 자살한 사건이라고 한다. 진실의 외면이 정신병의 근원이라고 ‘좁은 길’의 저자 스캍-팩은 말한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2021-10-01

[열린 광장]주정부, 스몰비즈니스·비영리단체 지원해야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많은 애틀랜타 한인 업체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연방의회의 케어법(Care) 법 통과로 연방정부에서 피해 업소에 PPP와 레스토랑 지원자금과 그랜트 등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면 복잡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고, 자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액수가 일정액을 넘어서는 경우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절차가 복잡한 연방정부 지원자금 이외에, 각 주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저마다의 지원자금과 그랜트를 마련해 제공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스몰비즈니스 구제 그랜트(California Small Business COVID-19 Relief Grant Program)가 그 좋은 예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몰비즈니스와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15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구제 그랜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 그랜트는 2020년 12월 주의회를 통과한 SB 151법에 따라 책정됐다. 캘리포니아주는 9월 3일 현재 40억달러의 그랜트 예산을 책정했으며, 이중 20만개의 업체가 25억달라의 그랜트를 받았다. 그랜트 액수는 최소 5000달러, 최대 2만5000달러였다. 신청 자격은 개인소유 비즈니스, 예술단체, 비영리단체, 또는 연매출 1000달러 이상 250만달러 이하 스몰비즈니스이며, 캘리포니아주에 사업장을 두고 있으며 2019년도 중반에 운영하고 있었어야 한다. 사업주가 미국시민권자일 필요는 없다. 이 자금은 대출이 아니며, 갚을 필요가 없는 그랜트다. 한인 등 이민자 비즈니스를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코로나 19 관련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주정부는 민간업체 렌디스트리(Lendistry)에 접수 및 신청 업무를 일임했으며, 한국어 등 외국어 번역 및 통역 문의는 비영리단체 캘 논프로핏(Cal NonProfits)에 외주를 줬다. 뿐만 아니라 LA와 샌프란시스코 한인언론을 대상으로 온라인기자회견 및 웨비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반면 조지아와 애틀랜타에서는 캘리포니아주의 코로나19 스몰비즈니스 그랜트 같은 지자체 중심의 지원 프로그램이 드물다. 귀넷 카운티 정부와 존스크릭 시정부에서 자체적으로 그랜트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으나, 캘리포니아처럼 주정부 차원 프로그램에 비해서는 그랜트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귀넷 및 존스크릭의 코로나19그랜트 정보는 영어로만 제공되고 있어 한인들이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조지아 주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세금 수입이 전년도 대비 12.7%가 늘어났다는 AJC보도가 있었다. 켐프 주지사가 이렇게 거둬들인 수입을 2022년에 어떻게 배분할 지 계획을 짜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제 조지아 주정부도 연방정부 예산 분배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는 타주처럼 한인 등 이민자 스몰 비즈니스를 위한 자체 그랜트 프로그램을 확대할 때다. 이종원 / 변호사

2021-09-30

[시론] 공화당 아·태계 커뮤니티센터 개설의 의미

‘병가상사(兵家常事)’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다시 말해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때 ‘신당서(新唐書) 배도전(裵度傳)’에서 유래됐다. 이는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는 속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패는 성공을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선거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지난 11월 선거의 패배를 상당히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아닌 게 아니라 미세하나마 우세할 것으로 여겼던 대통령선거에서 뒤집기를 당했다. 게다가 공화당의 텃밭으로 여겼던 조지아에서 연방상원의원 2석을 모두 잃었다. 이로 인해 최후의 보루라고 여겼던 상원조차 주도권을 놓쳤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한 셈이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 RNC)는 소수계를 아우르지 못한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은 듯하다. RNC는 공화당의 자금을 모금, 관리하고 조직 운영과 선거 전략 등을 총괄 지휘하는 당의 핵심 조직이다. 공화당은 그동안 유색인종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크게 정치력이 신장된 아시아계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지난 대선의 결정적 패착이다. 이는 선거인의 인구분포조사에서도 증명됐다. 이 결과 RNC는 흑인, 히스패닉, 그리고 아시아계를 조직화하지 않고는 내년 중간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전에도 선거를 앞두고 소수계 커뮤니티 리더들을 자문의원으로 임명하는 등 제스처를 취하기는 했다. 하지만 일시적 방편이었다. 절치부심한 공화당은 소수민족에 대한 유화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 가운데 하나가 아시아 태평양계 커뮤니티센터(Asian Pacific American Community Center: APACC) 개설이다. 이 센터는 그동안 소홀히 했던 지역 아시안 유권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모임을 주최하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RNC는 이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입했다. 첫 테이프는 지난 6월 캘리포니아 웨스트민스터에서 끊었다. 이 곳은 아시아계 다민족이 많이 모여 있어 ‘리틀 사이공’이라 불린다.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는 오렌지 카운티에 속해 있다. RNC가 이 지역을 첫 주자로 선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 실제 캘리포니아 21, 25, 39, 48지구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매우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곳이다. 2018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장악했던 이지역을 지난해 공화당은 탈환에 성공했다. 바로 한국계 미셸 박 스틸과 영 김 하원의원이 각각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다. 미셸 박 의원은 앞으로 APACC가 공화당의 희망 메시지와 낙관적 어젠다를 남가주에 퍼트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 김 위원도 센터 덕분에 공화당(GOP)을 ‘큰 기회의 당(Grand Opportunity Party)’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로나 맥도니얼 RNC의장은 지난 대선 전에 이 같은 조직을 만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앞으로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미국 전지역에 APACC를 건설하는 등 장기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번째 지역으로 조지아가 선정됐다. 미국 동남부 최대 아시아계 거주지역인 귀넷 카운티에 전략본부를 최근 개설하고, 아시아계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 지난 선거에서 귀넷 카운티는 블루웨이브로 물들었다. 공화당으로서는 와신상담의 대표 지역이다. 이유야 어쨌든 공화당의 이 같은 변신은 미주 한인에게는 정치적 역량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주류정치를 향한 발판이 또 하나 마련된 것이다. 미주 한인 모두가 정치력 신장에 적극 동참한 결과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미국사회는 더욱 더 그렇다. 각고의 노력으로 얻은 불씨를 잘 살려야 한다. 땀을 흘리지 않고는 열매를 얻지 못하는 법이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2021-09-24

[살며 배우며] 비타민 C 많은 과일과 채소

“비타민 C 많은 과일과 채소는?” 인터넷에 찾아보았다. “구아바” 라는 과일이 오렌지 보다 5배나 비타민 C 가 많아 감기예방약이라는 별명도 있다. 구아바 사진을 보니 레몬과 비슷한데 색깔이 레몬 보다 약간 노른 색이 섞였고, 조금 크게 보인다. 일부 지방에서만 알려진 과일이 최근에 빠른 정보와 유통방법을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 같다. 오랫동안 피망, 오렌지, 파인애플 브로커리등 비타민 C 많은 과일이나 채소를 의도적으로 많이 먹어왔다. 감기 예방을 위해서였고, '고추 먹는 습관'이라는 제목으로 전에 발표한 글에도 그런 내용을 밝혔다. 30년 근무한 대학에서 병으로 결근한 날이 하루도 없었던 것은 그런 노력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서양에서 해양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 한 때, 오랜 시간 동안 항해하던 사람들이 이상한 병을 앓았다. 몸 여기저기에 붉고 푸른 멍이 나타나고, 부닥치면 쉽게 멍이 들었다. 얼굴빛갈이 창백하고, 근육통이 왔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났다. 관절 통에, 눈이 퀭해지고, 창백한 얼굴에 기운이 없는 병을 앓았다. 헝가리 의사 죄르지가 환자들에게 피망이나 오렌지를 먹여보니, 병이 나았다. 신기해서 피망이나 오렌지 속에 뭐가 있나 연구해서 발견한 것이 Ascorbic Acid, 그것이 후에 비타민 C로 이름이 바뀌고, 그는 1937 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크루즈 배 속에서 살아도 영양식을 할 수 있어 괴혈병에 걸리지 않는다. 비타민 C가 몸의 면역력을 높여 감기예방에 좋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 몸의 세포가 활성 산소 때문에 빨리 늙어지는데, 비타민 C가 세포들을 활성 산소로부터 보호하여 늙음을 막아준다;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에 필요한데, 콜라겐은 성장 세포, 상처 치유, 잇몸, 뼈, 근육, 연골, 백 적혈구 형성에 필수적이다; 우리가 먹는 채소, 과일, 열매 속 아연을 흡수하는 데도 비타민 C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제된 비타민 C 과다 섭취가 당뇨나 신장 환자 등 어떤 조건에서는 문제가 되니 정제된 것을 취할 때는 의사와 상의해야 된다고 메요크리닉에서 발표했다. 최근 한국 한 치과대학에서 오렌지 주스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의 이가 부식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 연구결과는 동양과 서양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치아들이 시큰거리고 표면이 삭아지는 느낌은 내가 늙어서 자연스러운 것인가, 아니면 매일 아침에 먹는 오렌지, 파인애플 등 산성 많은 식품 때문인가?” 식초에다 달걀을 넣고 하루쯤 지나면 칼슘으로 된 딱딱한 껍질이 벗겨지고 말랑한 속껍질의 알이 남는다. 닭 뼈를 식초 속에 하루쯤 넣어 두면 뼈가 흐물흐물 약해진다. 인터넷에 비타민 C가 많은 과일이나 채소를 찾아보니, 비타민 C 많은 과일과 채소는 구아바, 키위, 피망, 딸기, 오렌지, 파파야, 브로커리, 토마토, 스노우-피, 케일 그린 순이다. 식품점 과일 진열대에 가서 구아바라는 과일을 찾아 보았다. 레몬 비슷한 구아바라는 과일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한 파운드에 2불 50전. 시험 삼아 몇 개 샀다. 아침 오트밀에 오렌지 대신 구아바를 한 개 껍질을 잘 닦아 조각으로 썰어서 넣었다. 맛이 오렌지의 상큼한 맛 대신 큼큼하다. 작은 씨들이 지금거린다. 구아바를 반으로 잘라보니 씨들이 과일의 중간 주변으로 쭉 둘러 과육에 박혔고, 스푼으로 씨 부분을 긁어내니 씨가 덜 지금거린다. 비타민 C 가 많은 과일들의 신 맛의 산도를 찾아보니, 구아바, 오렌지, 딸기, 파인애플, 사과는 산도가 매우 높고(Ph 3-4), 비타민 C가 많은 채소들은 비교적 산도가 낮다 (Ph 5-7). 내가 만들어 아침으로 먹는 오트밀엔, 사과, 오렌지, 당근, 파인애플, 호두, 알몬드를 넣어 먹어 왔는데, 산 성을 줄이기 위해서 오렌지를 빼고, 구아바나 브로커리를 대신해 보는 중이다. 구아바 조각은 물기가 오렌지 보다 적어 신맛을 덜 느끼겠고, 브로커리는 신맛은 없으나 상큼한 맛이 없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2021-09-24

열린 커뮤니티를 위하여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최근 조지아주 공립학교 및 대학교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우려가 크다. 조지아주 대학 당국 및 공립학교 상당수가 마스크 의무화 및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조지아대(UGA)와 조지아 주립대(GSU)에서 교수들이 마스크 착용 거부 학생 때문에 잇달아 사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JC에 따르면, 조지아내 면역학 대학교수 50여명은 수업내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는 대학당국 지침을 무시하고, 착용 의무화 지침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당국 지침 위반으로 감봉 및 해고를 감수한 극약처방이다. 그런가하면 지난 9월 20일에는 풀턴카운티 학부모 11명이 풀턴카운티 공립학교 교육청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학생들이 물리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수업 및 학교 실내 활동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공립학교 및 대학교육은 법적으로 카운티 교육청 및 주정부의 관할이며, CDC와 같은 연방정부가 할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한인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풀턴과 귀넷 카운티 교육청은 조지아주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조지아주 150여개 카운티 교육청 상당수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만 할 뿐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이들 공립학교 학생들 상당수는 마스크 미착용 상태로 등교하고 있고, 교사들은 교육청 지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CDC 주, 부족, 지역 지원국장 페기 호네인 박사(Dr. Peggy Honein, who leads the State, Tribal, Local, and Territorial Support Task Force in CDC‘s COVID-19 response)는 공립학교내 코로나 예방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증명된 코로나19 예방 방법 및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감염 및 입원사례, 사망건수가 늘고 있다. 특히 백신을 맞을 수 없는 12세 이하 어린이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여부는 교육청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CDC는 학교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강력하게 권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학생, 교사, 교직원 뿐만 아니라 방문객까지 학교 내에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호네인 박사는 “ 8월부터 공립학교가 개학하면서 각 교육청의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백신 홍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회적 거리두기, 확진 사례 신속한 파악, 환기장치 설치 등의 조치다”라며 “학교는 단순한 교육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정신적 건강에 중요한만큼, 확실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반대론자 일부는, 마스크 착용이 어린이들의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정신적 충격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이 이 같은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학교내 코로나19 감염으로 대면수업이 원격수업으로 바뀔 경우 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이 더 클 것이다. CDC, 풀턴, 귀넷 교육청의 결정처럼 교내 마스크 착용은 백신을 맞을 수 없는 12세 이하 어린이들을 지킬 수 있는 손쉽고도 좋은 방법이다. 한인 여러분도 주변 사람들에게 교내 마스크 착용을 권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종원 / 변호사

2021-09-24

[커뮤니티 광장] 열린 커뮤니티를 위하여

최근 20년간 조지아와 앨라배마는 다인종사회로 변하고 있다. 특히 애틀랜타 한인타운은한인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베트남 등 다양한 이민자들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다행히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귀넷카운티 정부는 최근 아시안 문화 존중 및 한인초청 행사를 다수 개최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귀넷카운티를 제외한 조지아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이민자들에 대한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한 감이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발생과 자택격리 등 비상상황에서 이 같은 서비스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지방정부는 마스크, 사회적 거리두기, 락다운 등의 비상 조치를 잇달아 취했지만, 영어를 못하는 한인 등 이민자들을 위한 한국어 등의 정보는 애틀랜타 시청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덕분에 한인들은 애틀랜타 중앙일보 등 한인언론을 보면서 비상상황에 대처해야 했다. 또한 올해초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정부기관에서는 영어와 스패니쉬로만 접종장소 및 접종 요령을 홍보했다. CPACS와 KAC 등 비영리단체가 한글로 백신 접종 캠페인에 나섰지만, 지방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부족했다. 조지아 주정부, 지방정부는 다인종 이민자 사회를 대상으로 맞춤형 백신 접종 홍보를 벌이고 있는 타 주정부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다인종 격오지 지역인 델 노트 카운티(Del Norte County)의 최근 백신 접종 홍보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북서부 격오지에 위치한 이 지역은 단 한곳의 병원 병상이 꽉 차 있고, 백신 접종률은 43.6%에 불과하다. 인구의 17%는 멕시코 출신 라티노들이며, 몽족, 아메리카 원주민 등 주민 구성도 다양해 홍보와 통신 수단도 매우 제한돼 있다고 델 노트 카운티 보건인적서비스부의 공공보건프로그램 매니저인 멜로드 캐논-커츠(Melody Cannon-Cutts)는 밝혔다. 지역운동가 미구엘 펠라요-제페다(Miguel Pelayo-Zepeda)는 이 지역 인구 상당수를 차지하는 멕시코 농부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코로나 때문에 즐겨하는 마을축제(quinceañeras)도 못하는 라티노들에게는 “예전처럼 다시 모두같이 모여서 즐기려면 백신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점심시간에 라티노 농장(Alexandre Dairy Farm) 및 베이커리 (La Jolla deli) 옆에서 백신 접종소를 열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는 공짜로 타코를 나눠줬다.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델 노트 부족토지 북부 연맹 네트워크의 사무총장인 테리 서파한(Terry Supahan)은 대가족 위주인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특성을 감안해 원로들에게 “백신을 맞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책임있게 행동하자”고 설득하도록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망명자 출신 몽(Hmong)족에도 정부의 손길이 미쳤다. 크레센트 시티 몽족 문화센터 쿠 부(Khou Vue) 이사는 몽족 특유의 ‘비상연락망’을 활용해 부족 지도자들에게 백신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몸이 아픈 어르신들에게 식료품을 사다드리기 위해 비상연락망을 가동했다”며 “많은 어르신들이 영어는 물론이고 몽족 언어도 못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전화나 직접 방문 등의 의사소통 수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다인종 맞춤형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사례는 애틀랜타 지방정부에도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정부 보건국이 코로나 백신 접종소를 보건소가 아닌 둘루스 한인타운 제과점 주차장에 설치하고, 백신 접종자에게 단팥빵이라도 나눠주는 것은 어떨까. 또 정부와 한인단체와 협력해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백신 접종을 홍보하는 발상의 전환도 생각해볼 때다. 이종원 / 변호사

2021-09-23

삶의 한 가운데서

사람은 변한다. 나 자신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영향을 받으니 차라리 나 자신은 변하는 것보다 ‘나이 든다’ 는 표현을 쓰고 싶다. 급변하는 모든 일들이 일상사에 섞였고 그 장단에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사는데 익숙하다가 가끔씩 어지럽다. 20년 전, 9·11 사태가 일어났을 적에 많이 흥분했었다. 경악과 분노에 안타까운 감정까지 모두 한꺼번에 내 속에 회오리 물살이 되어서 불면증에 시달렸다. 불안 발작 증상으로 어지럽다가 의식을 잃은 바람에 3번이나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신세를 졌다. 그때 몽고메리와 버밍햄의 전문의들을 찾아 여러 테스트를 받아도 내 장기의 어느 것도 삐걱거린 것이 없었다. 결국 내 감정상태가 일으킨 사고였다. 과도한 심리적 고통으로 불안장애를 가졌으니 그후부터 흥분하지 않으려고 주의하며 사는데 최근에는 사색하는 일에 많이 몰두한다. 오늘 옆집 메리의 친정어머니 장례식이 있었다. 원래 플로리다에 살던 여인은 남편을 잃자 딸네 가까이서 살려고 몽고메리로 이사왔다. 50대인 브라이언과 메리 부부와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 돕고 의지하는 이웃사촌이라 그들의 확대가족과도 친근하다. 그녀는 두 딸네를 오가다가 얼마전에 재혼해서 몽고메리 근교에 정착했다. 딸네에 들리면 멈춰서 뜰에서 일하던 나와 한참을 수다 떨었다. 나보다 네 살 위인 그녀가 대학생이 된 손자의 의젓함을 자랑하면 늦깎이 할머니가 된 나는 한창 재롱을 피우는 내 손자가 훗날 어떤 대학에 들어갈까? 상상했다. 세상사가 아니라 손주들에 관해서 우리가 나눈 대화는 늘 활기찼고 달콤했다. 지난 겨울 딸과 사위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서 고통을 받을 적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다녀갔다. 사람을 피하며 멀찍이 물러섰다가 정작 그녀가 아픈 줄은 몰랐다. 주말에 그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받았다. 하얀 국화와 노란 해바라기 꽃 한아름을 메리에게 안겨주며 “이제 당신도 나처럼 고아가 되었네” 하니 눈물을 글썽이던 메리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를 잃은 가슴에 세상의 어떤 말이 위로를 줄 수 있나. 고인의 명복을 빌고 가족의 위로를 위한 기도를 드렸다. 바이러스가 바꾼 사람살이는 잔인하다. 남편의 친구가 지금 병원에 있다. ICU에 들어간 지 한달이 지났다. 인위적인 코마 상태인 그가 딱해서 남편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를 위한 기도를 하며 안타까워 한다. 불안하고 조마조마해 하는 남편을 지켜보는 나도 가슴이 짠하다. 6피트 거구의 멀쩡하던 그가 현재 처한 상황에 우리는 어떤 말로 그의 아내를 위로할 지 몰라 당황스럽다. 그는 수의사다. “똑똑한 사람이 왜 백신주사를 맞지 않았을까?” 나의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백신주사를 맞고 안 맞고는 현재 우리가 아는 지인들 사이에 아주 민감한 주제다. 그래도 같은 퇴역군인과는 노골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주변에서 코비드19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안스러워 한다. 백신주사를 맞고도 코비드에 걸렸던 지인부부는 2주 격리를 마치고 가볍게 털고 일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 각자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팬데믹 환경에서 전문인들의 조언을 따르는 현명함도 개인의 자유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한 일은 불안함을 숨긴 반가움이다. 월남에서 미군이 철수할 적에 배를 타고 월남을 탈출해서 미해군함에 구조되어 미국에 와서 정착한 여인과 최근에 만나 월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철수가 달랐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사춘기에 피난민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그녀에게 베트남은 멀고 미국은 가깝다. 나와 그녀가 본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대한 관점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아프간난민들의 미국 정착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월남인들과 다른 시선으로 아프간난민을 보는 사람들이 많은 사실도 안타깝다. 9.11 사태가 바꾼 사회에서 이슬람 난민은 은연중에 두려움을 주나보다. 그들도 나와 똑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이 흐릿하다. 삶의 한 가운데서 사는 일은 여전히 도전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만사에 인간적인가 아닌가 하는 기본 자세를 가진다. 어떤 일에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에 침착하게 대처하고 싶다. 그리고 누구든 감싸안고 싶다. 영 그레이 / 수필가

2021-09-23

[살며 생각하며]마음의 서재

자신만의 서재 갖기.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일이다. 서재를 꾸리고, 이름을 붙이고, 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를 흠뻑 느끼는 방법도 없으리라.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몸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묻어난다는 뜻이다.. 참 좋은 말이다. 아무렴, 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런 경지에 오르는 것을 마다할 이 있을까. 정약전과 정약용은 피를 나눈 형제이자 서로의 학문을 알아주는 둘도 없는 지기였다. 그러나 신유박해로 한 명은 흑산도로, 한 명은 강진으로 보내져 장장 20년에 가까운 유배를 견뎌내야 했다. 그런데 참으로 감동적인 것은, 비참한 운명에 좌절하며 그저 하루하루 연명할 법한 상황에서도 이들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학문으로 세상을 이롭게 할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정약전에게 창대라는 소년은 물고기를 연구하면서 만난 둘도 없는 제자이자 고된 유배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준 벗이었다. 이런 창대와 함께 물고기 도감 <자산어보>를 쓴 과정은 최근 영화로도 제작돼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정약용은 처음에는 실의에 빠져 지내다가 점차 희망을 품고,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서당 겸 연구실 사의재를 열었다. 사의재(四宜齋)는 다산 정약용이 1801년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은 곳이다. 사의재는 주막집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골방 하나를 거처로 삼은 다산이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다잡아 교육과 학문연구에 헌신키로 다짐하면서 붙인 이름으로 “네 가지를 올바로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다산은 생각과 용모와 언어와 행동, 이 네 가지를 바로하도록 자신을 경계하였던 것이다. “생각을 맑게 하되 더욱 맑게, 용모를 단정히 하되 더욱 단정히, 말(언어)을 적게 하되 더욱 적게, 행동을 무겁게 하되 더욱 무겁게” 할 것을 스스로 주문했다. 중국의 역대 황제 약 230여 명 중 유일하게 ‘천년에 한번 나옴직한 제왕’이란 뜻의 ‘천고일제’란 호칭을 얻은 황제가 있다. 청나라의 강희제(康熙帝)다. 중국의 역대 황제 중 재위기간이 61년으로 가장 길게 왕위를 유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단순히 오랫동안 천하를 통치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중국 지도자들조차 가장 본받고 싶어 하는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한 주인공이 된 것은 한 마디로 ‘피를 토할 정도로 노력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강희제는 후세 사람들에게 정진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조금도 태만하지 말라고 훈계했다. 그는 말했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것을 훌륭한 덕이라 한다고 했으니 학자는 날마다 반드시 한 걸음 나아가야 하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 강희제는 일생을 이렇게 스스로 격려했고, 직접 정무를 돌보는 데 있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질병, 3대 명절, 중대 변고 발생 시 외에는 거의 하루도 빠진 적이 없었다. 그는 만년에 인생을 회고하면서 감개무량하게 재위 61년을 이야기했다. “부지런히 애쓰며, 주의 깊고 신중했다. 조석으로 겨를이 없었고, 일찍이 조금도 느슨한 적이 없었으며, 수십 년을 하루같이 몸과 마음을 다했다.” 청나라 황자의 교육제도는 강희제 때 정해졌다. 황자와 황손은 6세 때부터 서재에서 공부했다. 황자들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오후 6~7시까지 공부했다. 황자와 황손들이 공부하는 서재는 창춘원(暢春園)의 무일재(無逸齋)에 있었다. 서재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서는 ‘안일’이라는 것이 없었다. 강희제는 ‘정훈격언(庭訓格言)’에서 밝혔다. “무릇 사람의 수신양성은 모두 평소의 신중함에 있다. 짐은 6월 대서(大暑)에 부채를 쓰지 않고, 관을 벗지 않는데, 이는 모두 평소에 스스로 방종하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런 뜻이다. 무릇 수신양성은 평소의 일거일동에 나타나며, 일상의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나는 한여름인 6월의 찌는 듯한 날에도 부채를 부치지 않고, 모자를 벗지 않는데, 이는 내가 평소에 자신을 엄격하게 단속하며 방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로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에게나 서재가 있다. 작거나 크거나, 물리적이거나 아니거나. 특히 요즘, 서재는 일종의 로망이다. 유명인들의 책 목록이나 실재 서재를 보여주는 ‘OOO의 서재’. 평범한 우리는 그것에 때론 혹하거나 압도당한다. 아닌게 아니라 나도 서재를 갖고 싶다. 나도 저 책을 읽고 싶다. 지금 회자되는 많은 (물리적인) 서재들은 사회적 욕망의 산실에 가까운 듯 보인다. 가장의 사실(私室)임에도 굳이 ‘서재’라고 부른다. 서재라는 공간은 여전히 일상의 영역으로 편입되지 못한 채 생경한 느낌을 주지만, 독서와 사색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나아가 인생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면 서재 한 번쯤 만들어볼 만하지 않을까. 그러나 막상, 그런 공간을 정말로 갖기는 쉽지 않다. 다들 살기가 바빠서,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서가를 채울 책이 충분치 않아서, 서재를 꾸릴 시간이 없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서재 만들기를 주저하거나,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 남겨두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영영 서재를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마음 곳곳에 심어둔 책들이 꽂힌 서재가 있다. 남의 서재에 휘둘려 읽을 책의 강박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읽은 책으로 마음의 서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 번듯하지 않아도, 책이 몇 권 없어도 주인의 뜻이 묻어나고 책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면 책상 한 칸이라도 충분하지 않을까. 얼마 전 문득 깨달았다. 내겐 ‘앞으로 읽어야 할 수많은 책들의 목록’ 때문에 ‘이미 읽은 책들이 놓일 마음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나는 잠시 새로운 책에 대한 조바심을 내려놓고 오직 내가 읽은 책들로만 이루어진 작고 아름다운 마음의 도서관을 가꾸기로 했다. 작은 아파트에도 꼭 별실이 아니어도 찾아보면 공간은 나온다. 내 서재는 침실 한켠의 책상과 그 위에 놓여있는 낡은 PC와 몇 십 권의 책이 전부다. 공간은 초라하지만 호기있게 서재 이름은 강희제의 그것을 따서 무일재(無逸齋)로 정했다. ‘무일’은 안일에 빠지지 말고 자강불식(自强不息)하자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옛 선비들처럼 서재를 가꾸고, 서재의 이름을 짓고, 그 속에서 나를 키우는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새 세상사에 짓눌린 번뇌와 잡념이 저만치 물러간다. 책이 있어서 노년의 긴 밤이 두렵지 않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하고 현재의 나를 단속하며 내일의 나를 앞당겨보게 하는 책, 책은 나에게 편안한 조언자다. 김건흡 / MDC시니어센터 회원

2021-09-22

“클래식으로 가는 다리 역할, 할 수 있는 레퍼토리 다 할 것”

지난해 ‘팬텀싱어’ 시즌3 첫 방송에서 ‘더 프레이어(The Prayer)’를 부르던 귀여운 청년의 아름다운 음성에 귀가 번쩍 트인 건 나만이 아닐 터다.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린 디옹이 부른 원곡을 벨칸토와 팝 발성을 오가는 ‘1인 듀엣’으로 소화하며 나타난 테너 존노(30) 말이다. 19일 예술의전당에서 첫 독창회를 앞두고 있는 존노는 그후 1년을 딱 그 모습 그대로,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를 분주히 넘나들며 살아왔다.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의 데뷔앨범을 7월에 내며 8월에는 콘서트 투어를 했고, 얼마 전 ‘정명훈 & 원코리아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합창’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천년의 노래’에는 각각 솔리스트로 나섰다. “클래식으로 가는 다리가 되고 싶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솔리스트로 서요. 클래식을 모르시는 팬분들도 많거든요. 제가 대단한 성악가는 아니지만, 저를 보러 왔다가 오히려 대가들의 소리를 듣고 클래식의 매력에 빠질 수도 있잖아요. 딱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서, 제가 할 수 있는 클래식 레퍼토리들은 다 하려고 해요.” 지난 7일 발매된 첫 솔로앨범은 클래식으로만 채워 선주문 2만장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NSQG’라는 제목이 마치 암호같다. ‘Noble Simplicity & Quiet Grandeur(고귀하며 단순하고, 고요하며 웅장한)’는 18세기 미술사학자 빙켈만이 고대 그리스 미술을 설명한 말인데, 존노의 음악철학이기도 하다. 단단한 대리석 재질이지만 천사의 날개를 달고 곧 날아갈 듯한 그리스 조각처럼, 고전적이되 무겁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달콤한 음성의 근원이 여기 있는 것 같다. 앨범 수록곡은 헨델의 오라토리오부터 모차르트 오페라, 현대 가곡까지 다양하다. 소위 ‘모차르트 테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틱한 곡까지 넣은 건 “이 모든 걸 완벽하게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저만의 스타일로 클래식의 다양한 면들을 보여주고 싶어서”란다. “제 인생의 주요 순간에 불렀던 노래들인데,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헨델의 아리아는 줄리어드 졸업연주회 때 불렀었는데, 바로크 음악이지만 ‘NSQG’에 딱 맞는 노래죠. 성경 이야기인데 하나님께 딸을 제물로 바쳐야 되는 장군이 복잡한 심정을 다 정리하고 단순하게 부르는 축복의 노래거든요. 모차르트 아리아는 ‘마술피리’ 중에서 덜 알려진 곡을 소개하고 싶어서 골랐고요. 토스티의 ‘이데알레’는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노래인데 제가 가곡을 들으며 눈물 흘린 적은 처음이라서, 감정 표현이 가장 잘 되는 곡이예요.” 줄리어드·예일대서 촉망받던 유망주 “옥구슬이네~.” 유튜브 촬영을 하다가 무릎을 쳤다. 구독자 신청곡 ‘지금 이 순간’을 난생 처음 불러본다는 그에게서 역시나 한끗 다른 아우라를 느끼고 있는데, 촬영팀에서 터져나온 감탄사 한마디가 그 실체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었다. 이 ‘옥구슬 발성’은 어떻게 얻어진 것일까. “군대에서 탱크 시동을 걸 때 마음껏 발성연습을 하긴 했죠.(웃음) 발성이 완성된 건 아니고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테크닉은 선생님께 배운 대로 하지만, 저만의 목소리를 찾고 싶어서 누구 발성을 따라한 적은 없습니다. 늘 친구들한테 들려주고, 피드백 받으면서 조금씩 찾아가고 있어요.” 사실 그와의 만남은 1년 여 만인데, 영 다른 사람 같았다. 경연 직후 라비던스 팀으로 만나 “크로스오버계의 BTS가 되겠다”던 씩씩한 모습은 간데없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한다는 건 평생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니. “제가 혼자서는 쫄보여서요.(웃음). 그때는 뭔가 해보겠다는 포부만 있었다면, 뭔가를 하고 있는 지금은 ‘뭐든지 당연하게 되는 게 아니구나, 감사한 일이구나’ 계속 느끼고 있거든요. 그게 달라진 것 같아요.” 그는 사슴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자꾸 “감사하다”고 했다. 팬텀싱어 출연 계기가 된 외할머니 얘기를 하면서도 그랬다. “할머니가 몇 년 전 돌아가셨는데, 제 공연을 보여드린 적이 없거든요. 늘 계시는 분이라 생각했어요. 싸주신 반찬이 너무 많아서 사양한 적이 있는데, 바로 다음날 넘어지셔서 회복 못하고 돌아가셨거든요. 너무 당연한 존재라 노래도 언젠가 들려드릴 수 있겠지 했던건데, 그게 당연하지 않더라고요. 성대결절을 겪으며 노래도 당연한 게 아니란 걸 알게 됐고, 사람도 마찬가지란 걸 할머니를 통해 알게 됐죠.” ‘엄청난 커리어’는 아닐지 몰라도, 줄리어드와 예일대에서 유망주로 촉망받던 그다. 하지만 보장된 미래는 없었다. 세상의 모든 청년들처럼 미래가 불안했고, 열심히 기회를 찾다가 팬텀싱어를 만났다. “오페라 가수라는 직업이 정말 되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는 현실을 점점 알아가던 때였어요. 열악한 환경이란 걸 알면서도,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자며 닥치는 대로 오디션을 보러 다녔죠. 다른 청년들도 다들 그렇지 않나요. 미래가 불확실하니, 일단 뭐라도 하는 거죠.” 자신만의 목소리 찾기 계속 본격 오페라 무대에 대한 팬들의 요구도 빗발치지만, 한 프로덕션에서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대형 오페라는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신 크고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소통할 생각이란다. 창작곡에 대한 욕심도 있고, 직접 작곡도 배우고 있다는 그는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퀸시 존스를 꼽았다. 항상 도전하고 발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라비던스가 그분 노래를 준비할 때 다큐멘터리를 봤거든요. 처음엔 그냥 재즈뮤지션이었지만 파리에 유학 가서 오케스트라를 공부하고, 재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프랭크 시나트라를 만나 더 대중적인 재즈를 하다가 마이클 잭슨을 발굴하고, 나중엔 힙합레이블까지 만들었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어요. 저도 하나에 만족하지 않고, 늘 도전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내년 초 발매한다는 크로스오버 솔로 앨범은 다소 의외다. 팀으로는 크로스오버, 개인으로는 클래식 활동을 할 거라는 뻔한 예상과 달리, 혼자서도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단다. “라비던스는 가족이지만, 그룹이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못할 때가 있거든요.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려고 힙합, 시티팝 계열의 곡도 준비 중이예요. 정말 많은 걸 크로스오버 해보려구요.” 뜻밖인건 또 있다. 한창 바쁜 지금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전도사가 됐다. 영향력이 있을 때 찬양사역을 하기 위해서란다. 좀처럼 ‘당연하지 않은’ 길만 가는 그의 행보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분명한 건 늘 ‘당연하지 않은’ 곳에서 그를 만나게 될 거란 예감이다.

2021-09-22

[독자 기고]몬태나주에서 본 기후 변화의 심각성

몬태나주 글레이셔 내셔널 파크( Glacier National Park )를 다녀왔다. 둘째의 결혼 일정을 끝내고 곧바로 국립공원 전체를 자세히 돌아 보았다. 첫날 간후로 이틀 정도는 스모그로 안개가 낀듯 자욱하여 공기 상태가 아주 나쁨으로 나왔다. 캘리포니아 산불로 북동풍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산불 연기가 뒤덮고 있다고 한다. 이틀 정도 지나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어느 정도 상쾌한 맑은 날씨로 되돌아 와서 산행을 할수 있어 오랫만의 몬태나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히든 레이크 트레일(Hidden Lake Trailhead)에서는 산 정상 부근의 모든 것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아!. 북미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북유럽 같은 산이 있다는 것에 새삼 감탄했다. 왜 산중턱의 파킹랏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이유를 알것같다. 날아갈 듯한 바람은 거세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팔 반바지 차림의 복장이다. 산 정상 부근 인데도 말이다. 25년, 30년 전만해도 정상 부근은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어 여름에도 겨울같은 만년설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젠 겨우 그늘진 비탈진 곳에만 조금씩 남아있는 눈과 얼음의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뉴스에서나 듣던 지구 기후변화와 온난화 위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이제야 이해가 간다. 안내소 광장에 1920~2020년 얼음과 눈이 기후현상으로 없어지는 모습을 연도별로 사진으로 기록해 놓은것을 보니 정말 편리함을 쫒는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지구를 파괴하고 훼손하고 있는 지를 알것 같다. 앞으로 먼 후세에는 영영 보기 힘들 듯한 만년설의 사라짐이 못내 아쉽기만하다. 얼마나 많은 기후변화의 대책이 있을지는 모르나 한번 망가지고 훼손된 지구의 옛모습이 원상복구되는 날이 다시는 올까 하는 생각에 괜히 울적한 마음이 든다.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나는 차량의 배기가스, 산업화의 물결로 어디서나 뿜어나오는 이산화탄소와 공해로 지구가 몸살을 앓는 것은 모두가 아는 현실이다. 수많은 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후세들이 아름답고 공해없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시급한 문제인 듯하다. 늦은감은 있으나 전기차량 개발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어 다행이다. 이제껏 우리가 누려온 이기심을 이젠 되돌려 지구를 회복시켜야 한다. 오랜 세월을 거쳐 손상되고 흐트러진 기후 온난화는 건물을 헐어내고 금방 새건물로 복구할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인류 전체가 노력하고 전세계가 협조해야 하나밖에 없는 지구도 살리고 인류도 공존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후세들이 산봉우리를 다시 덮은 만년설을 본다는 것은 공상과학에서나 가능할까. 정경환 / 알파레타 거주

2021-09-21

[커뮤니티 광장]] 노인과 운전

사람을 칠 뻔했다. 백팩을 걸머진 젊은이다. 우리 집 근처의 교차로에서 나는 정지했다가 녹색 신호가 켜져 좌회전을 하는데, 그 젊은이가 길을 건너려고 뛰어왔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는 멈칫하더니 화들짝 길을 건너갔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가로등이 희미한 교차로다.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서 좀 밝은 가로등을 설치할 수 없을까. 그날 저녁 조카네 집에 가서 생일 파티에 참석하여 저녁을 잔뜩 먹고 집으로 오던 중이었다. 식곤증으로 눈이 침침하고 드러눕고 싶었다. 과식하지 않겠다고 항상 다짐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식곤증인가 그렇지 않으면 시력에 문제가 있는가. 정기적으로 안과의사의 검진을 받고 있다. 의사의 권고대로 나는 피시 오일과 루테인을 복용하고 있다. 또 글리세린이 함유된 윤활액을 아침마다 눈에 넣고 있다. 자동차 운전도 북녘 고향에서 내가 소년일 때 달구지를 다루던 것처럼 위험하다. 소가 끄는 두 바퀴가 달린 달구지를 가지고 언덕이 가파른 산으로 나무하러 갔다. 죽은 사람 입에 넣어주는 쌀, ‘사지(死地) 밥’을 가지고 달구지를 다루라라는 말이 있었다. 가파르고 좁은 언덕에서 소고삐를 놓치면 달구지 바퀴에 깔려 죽을 수 있다. 나는 그때와 같은 각오로 자동차 핸들을 잡는다. 순간마다 위험을 극복하는 운전은 몇 년 운전했다고 연수로 따지면서 항공기는 몇 백 시간 조종했다고 시간으로 따진다.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자동차 운전이 항공기 조종보다 더 위험하다. 지난 노동절 주말에 미국에서 수천 편의 비행기가 뜨고 내렸으나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 자동차 사고로 매년 노동절과 기타 공휴일 주말에 5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운전하다가 위험을 직감하면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위험을 인식, 판단, 반응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시력, 청력, 기타 신체기능이 감퇴하는 노인들을 위하여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40시간의 안전운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거의 모든 자동차 보험회사에서도 안전 교육을 제공한다. 자동차 보험회사인 AAA에서 ‘Think faster, focus better, react quicker’를 강조하는 ‘Drivesharp’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인이 계속 운전하려면 체력을 단련해야 한다. 그리고 순발력도 개발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필요는 발명의 모태다. 나는 어린이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닌텐도 게임을 샀다. 작은 박스 안에 몇 백 개의 게임이 들어있다. 좋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아침저녁으로 30분씩 게임을 한다. 재미있다. 무슨 기능이든지 재미있으면 더 빨리 배운다. 내일 모레면 구십이 되는 노인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닌텐도 스위치를 만지작거리는 광경을 보면 꼴불견이라고 비웃을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비웃어도 좋다. 노인이 운전하지 못하면 날개 부러진 새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2021-09-21

[살며 배우며] 스톤-마운틴의 옐로우-데이지 축제

2021년 9월 10일, 금요일 아침 몇 가정이 스톤-마운틴 공원에 가을 꽃 구경을 간다기에 나도 따라 나섰다. 수박을 반으로 잘라 엎어 놓은 모양인 바위산, 높이가 해발 514 m, 밑 바닥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24km, 그렇게 큰 화강암 덩어리의 바위산은 세계에서도 여기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바위산에 무슨 꽃들이 필까 궁금했다. 다섯 부부가 두 차에 나눠 타고 아침에 스톤-마운틴에 도착하니 공원의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다. 9월 9일부터 12일 까지 바위산 노랑데이지 축제 (53rd Yellow Daisy Festival)일이고, 노랑데이지가 피는 가을마다 53년쩨 계속된 이 지방에서 가장 큰 수공예품 전시회도 공원에서 열리는 것을 거기서 알았다. 전에 두 번 왔을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갔지만, 오늘은 바위 절벽이 비교적 완만한 트레일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바위로만 된 등산길을 올라가고 내려오고 있다. 경사가 급한 부분에서는 쇠파이프로 된 손잡이를 잡고 땀을 흘리며 올라갔다. 바위로만 된 등산길이 시작되는 주변 여기저기 노란 풀꽃들이 바위를 덮고 있다. 꽃 대궁이 내 무릎 정도이고 노란 꽃들이 가을바람에 물결친다. 벌이 꽃 속에서 분주하다. 꽃 한 송이를 눈앞에서 들여다보니, 꽃 판은 데이지 같은데, 8개의 노란 꽃잎들이 동그랗게 둘러 있고 가운데 봉긋한 꽃술이 있다. 작고 많은 노랑데이지 꽃들이 다닥다닥 어울려 가을 바람에 흔들리며 저들만의 비밀과 행복으로 웃고 있다. 데이지는 미국에 야생으로도 흔한 대중적인 꽃이고, 데이지라는 이름을 가진 유명 여자들도 많다. 새하얀 꽃잎들이 동그랗게 펼쳐진 가운데 노란 꽃술이 있는 청순한 데이지, 미국 어린이 노래에(nursery rhyme) 데이지도 있다. “데이지, 데이지, 내 청혼 들어 줘. / 너의 사랑으로 나는 반은 미쳤어. / 스타일 나는 결혼식은 못해;/ 나는 가마를 준비할 수 없어, / 하지만 너는 예쁠 거야 / 두 사람 타는 자전거 타면!” “데이빗, 데이빗, 너의 청혼에 내 답이야:/ 나는 너를 미치듯 사랑하지 않아. / 네가 가마도 준비할 수 없다면, / 결혼식도 없어, / 나는 초라할 거야/ 두 사람 타는 자전거 타면. ”어떻게 소방대원들이 이렇게 많이 산에서 내려와요?“ 완전 소방대원 복장과 모자를 쓴 수많은 소방대원들이 산에서 내려와서 물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쌍둥이 빌딩 폭파사건 20주년 추모 식을 이 지역 소방대원 100여명이 산등성이에서 하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테러들이 뉴욕 쌍둥이 빌딩을 폭파할 때 희생된 3천명중에 343명의 소방대원들도 있었다고 했다. 다시는 그런 9.11 같은 사태가 안 나도록 단합대회를 했다고 한다. 바위산 정상에 올라오니 가을 바람이 시원하다. 바위로 된 정상 여기 저기 움푹한 곳에 노랑데이지가 보이는데, 대부분 꽃잎들은 떨어지고 작은 도토리 같이 자란 씨방들이 노랗게 보인다. 씨방을 하나 따서 손가락으로 밀어보니 참깨 알갱이 같은 까만 씨들이 나온다. 바위산 정상의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을 미래로 이어가려 씨를 빨리 많이 만든다. 바위산 꼭대기에서 맑은 하늘 아래 먼 지평선이 직선으로 보인다. 돌아가면서 지평선을 보니 그 직선의 연결이 하나의 동그란 원으로 이어진다.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고층 빌딩들도, 멀리 보이는 산들도 더 멀리 보이는 지평선, 대기층으로 이어진 지평선 속에 작은 점들에 불과하다. 바위산 정상에 선 소나무, 키는 3m 정도이나 뒤틀린 줄기가 100년은 살았을 것 같은 소나무 그늘에 앉았다. 나무 줄기 밑에 흙이 없어 구렁이 같은 뿌리들이 옆 바위위로 뻗어나가 바위틈을 찾아 기어들어갔다. 솔바람 소리에 올려보니 수많은 솔방울이 다닥다닥 가지마다 달렸다. 솔방울 속에서 여문 씨들이 수 십 년 동안 바람에 날렸을 것이다. 쉬이 쉬이 솔바람 소리가 속삭인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오. 삶이 고달파도 노래하며 살아야지요. 쉬이 쉬이.’ 수공예품 전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손으로 만든 수많은 공예품과 일용품들, 그리고 먹거리들, 우린 나무그늘 밑에 놓인 식탁에 모여 음식 먹고, 즐거운 가을 소풍을 즐겼다. 생존하기 어려운 바위산에서 열심히 꽃을 피워 씨를 만드는 노랑데이지나, 바위틈에 뿌리박고 겨우 생존하면서도 많은 솔 씨를 만들어, 내년 후년 그리고 영원히 그들의 삶을 이어가는 신비한 지혜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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